10월 15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테슬라가 새 로드스터를 공개했다.
이번 차의 특징은 스페이스X의 추력기 기술을 얹었다는 점이다. 비스듬히 휘어진 램프를 타고 올라간 차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바닥에 내려앉았고, 주행 중 추력으로 떠올라 여러 대의 차량을 뛰어넘는 장면도 공개됐다.
일론 머스크는 이 자리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어쩌면 신차 발표가 아니라 잘 짜인 마케팅으로 볼수 있을 것 같다.
이 차가 무엇을 보여 주었는지, 마케팅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 보자.

무엇을 보여 주었나
먼저 실제로 공개된 내용부터 정리해보자.
이 차는 로켓 연료가 아니라 고압으로 압축한 공기를 추력기로 뿜어 차체를 띄우고 방향을 바꾼다. 차체 하부에는 팬이 달려 있어 바닥에 차를 눌러 붙이는 힘으로 가속과 코너링을 돕는다.
모델은 도로용 퍼포먼스, 경주용 스러스트, 공중용 로켓으로 나뉘는데 로켓은 추력기를 열 개 단 1인승이고, 아직 공도 주행이 승인되지 않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공개된 장면은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비행이 아니라 추력으로 뛰어오르고 회전하는 시연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와 실제 시연 사이에는 거리가 있지만 시연 과정에서 잠시라도 하늘을 날았다는 점 그 자체로도 '혁신'이라는 단어를 가져오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9년을 기다리게 한 마케팅
이 차의 이야기는 2017년에 시작한다. 처음 공개한 뒤 예약금을 받았고, 출시는 여러 차례 미뤄져 이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은 이렇게 오래 미뤄지면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차는 반대로 기대가 더 쌓였다.
나는 이 점이 테슬라의 가장 독특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브랜드는 출시일을 약속하고 지키는 것으로 신뢰를 쌓는다. 테슬라는 기다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관심을 유지한다. 오래 기다린 만큼 공개 순간의 반응이 커지고, 언론과 SNS가 그 장면을 대신 퍼 나른다. 지연이 곧 이야깃거리가 되는 구조다.
설명 대신 시연을 택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설명 방식이다. 스펙표를 읽어 주는 대신 차를 직접 날렸다.
기술 설명은 이해해야 하지만 영상은 보면 알 수 있다.
짧은 영상 한 편이 전 세계 SNS에 퍼지고, 보는 사람은 이 차가 무엇인지 설명 없이 이해한다.
이것이 시연형 마케팅의 힘이다. 소비자는 광고를 믿지 않지만 눈으로 본 장면은 믿는다.
숫자나 문구가 아니라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케팅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주목인데, 이 시연 한 번으로 그 주목을 가져왔다.
시연 영상을 본 반응 가운데에는 장난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장면이 화제를 키운 것이다.
팔기 위한 차가 아니라 보여 주기 위한 차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 차는 팔릴까?
머스크 본인이 이 차가 매출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케팅 용어로는 헤일로 카에 해당한다. 판매량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 제품이다.
헤일로 카는 이미지를 사서 다른 제품에 나눠 주는 구조다. 로드스터를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로드스터를 본 사람들이 테슬라를 기술로 한계를 넘는 회사로 기억하면 그 인상은 다른 차를 고르는 순간에도 영향을 준다.
나는 이 차의 가치가 판매대수가 아니라 브랜드의 기억에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스페이스X 기술을 얹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주 기업의 이미지를 자동차 브랜드에 입혀 두 브랜드를 함께 강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여 주기 마케팅의 한계
반대편의 시선도 있다.
이 차는 안전에 최적화된 차가 아니라고 머스크 스스로 말했고, 비행 자동차가 실제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공도 주행 승인과 안전 규정이라는 현실적인 벽도 남아 있다. 출시가 2028년이라는 약속도 과거의 지연 이력을 생각하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시연은 가능성을 보여 줄 뿐 약속을 지켜 주지는 않는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의 폭도 커지는 것이 이런 마케팅의 위험이다. 장면으로 만든 신뢰는 결국 실제 출시로 이어져야 유지된다. 나는 이 차가 성공이냐 실패냐는 행사 당일이 아니라 2028년에 갈린다고 본다.

직접 영상을 보고 든 생각
영상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과 영화 속에서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공중에서 회전하며 착지하는 스포츠카는 오랫동안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 상상을 하나씩 현실로 꺼내는 회사가 테슬라이고, 그 뒤에서 로켓 기술을 대 주는 스페이스X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든 점은 추진 방식이다.
로켓 연료가 아니라 압축한 공기를 쓰기 때문에 복잡한 연료 없이 공기를 채워서 움직일 수 있다. 상상 속의 기술이 의외로 단순한 원리에서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2028년에 약속대로 양산되어 상상 속 자동차가 실제로 도로에 나오기를 바란다.
국내에서 대중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기술이 알려지면 국산차의 기술도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마케터가 가져갈 점
이번 사례에서 배울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설명보다 시연이 강하다.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말로 하지 말고 보여 준다.
둘째, 판매가 아닌 이미지를 위한 제품이 있다. 모든 제품이 매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고,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제품이 따로 있어도 된다.
셋째, 약속은 지켜야 완성된다. 기대를 키우는 마케팅은 결국 실행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 차가 이미 마케팅으로는 성공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들이 이 차를 이야기하는 동안 테슬라는 가장 큰 광고를 무료로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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