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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소비

A2O LITE 데뷔 하루 만에 멜론 1위, 숏폼 시대에 일부러 길게 간 마케팅 전략

by 마케터ISFP 2026. 10. 16.

10월 1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데뷔쇼를 연 신인 걸그룹 A2O LITE(에이투오 라이트)가 데뷔곡 'NEON'을 공개하자마자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을 떠난 뒤 국내에서 처음 내놓은 걸그룹이고, 9인조 A2O LITE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SOUL을 같은 날 함께 선보였다. 신인 그룹이 발매 하루 만에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는 이 결과를 노래 한 곡의 성공이 아니라 마케팅의 성공으로 본다. 어떤 선택이 반응을 만들었는지 하나씩 짚어 본다.


A2O LITE 데뷔 하루 만에 멜론 1위, 숏폼 시대에 일부러 길게 간 마케팅 전략
A2O LITE 데뷔 하루 만에 멜론 1위, 숏폼 시대에 일부러 길게 간 마케팅 전략

이름값이 첫 번째 광고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프로듀서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2023년 SM 지분을 매각하면서 3년간 국내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고, 이 약정은 올해 2월에 끝났다는 점. 그가 돌아와 처음 내놓는 걸그룹이라는 서사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신인 그룹의 가장 큰 숙제는 인지도다. 보통은 광고와 예고 콘텐츠로 몇 달을 들여 알린다.

A2O LITE는 창립자의 복귀라는 이야기가 이미 알려져 있어서 이 공수를 크게 줄였다고 생각한다. 이름값이 곧 첫 광고가 된 셈이다. 다만 이름값은 입구에서 한 번 쓰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클릭하게 만드는 것은 이름이지만, 끝까지 듣게 만드는 것은 곡이다.


숏폼 시대에 3분 28초를 택한 이유

이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곡 길이다.

'NEON'은 3분 28초로, 요즘 댄스 챌린지에 맞춘 짧은 곡 중심의 흐름과 거리가 있다.

9명이 하나된 칼군무와 통일된 무대 의상, 아카펠라, 댄스 브레이크처럼 과거 K팝에서 익숙하던 요소도 그대로 가져왔다.

 

대부분의 신인이 숏폼에 맞춰 곡을 짧게 만들 때 정반대로 간 것이다.

마케팅 용어로 하면 차별적 포지셔닝인 셈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반대편에 서면 그 자체가 눈에 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과거 K팝의 특징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곡을 들어 보면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반복되는 리듬이 끝까지 이어지고, 중독적인 기계음 위에 아홉 명의 목소리가 쌓아 올린 화음이 얹히면서 계속 듣게 된다.

 

나는 이 선택이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것이라고 본다. 길이를 늘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가 곡 안에 이미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짧아야 들린다는 공식보다 중독성이 있으면 길어도 듣는다는 가설을 곡으로 증명한 셈이다.

비슷한 신인이 넘치는 시장에서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 방법으로 이보다 확실한 것은 드물다.


아는 사람에게는 향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새로움

A2O LITE의 반응에는 두 갈래가 있다.

과거 SM 걸그룹을 기억하는 세대는 비주얼과 사운드에서 옛 분위기를 떠올렸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 시절 팀들과 비교하는 글이 이어졌다. 반면 그 시절을 모르는 Z세대에게는 요즘 팀에서 보기 어려운 구성이 새롭게 보인다.

 

같은 요소가 한쪽에는 추억이고 다른 쪽에는 신선함이 된 것이다.

레트로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SM 시절 연습생을 미리 공개하던 루키즈 방식이 A2O 루키즈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점도 오랜 팬에게는 반가운 연결 고리가 되었다. 비교가 이어지는 것은 팀이 기억에서 호출됐다는 신호이고, 그 자체로 광고비 없는 확산이라고 생각한다.


A2O LITE 데뷔 하루 만에 멜론 1위, 숏폼 시대에 일부러 길게 간 마케팅 전략
A2O LITE 데뷔 하루 만에 멜론 1위, 숏폼 시대에 일부러 길게 간 마케팅 전략

세계관과 기술로 만든 새로움

과거의 방식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A2O LITE는 소울라이트라는 세계관을 공유한다.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만 사랑과 설렘 같은 감정이 희미해지는 가상의 행성이라는 설정이다. 음악은 Z세대와 알파세대의 감각을 합친 잘파 팝이라고 소개한다.

뮤직비디오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은 움직임을 3차원 공간에서 다시 구성하는 4DGS 기술이 쓰였다.

 

옛 방식에 새 기술을 입히며 뮤직비디오도 더욱 새로워뵈게 된다. 세계관은 팬이 이야기를 만들고 해석하게 하는 장치이고, 새로운 영상 기술은 젊은 세대에게 낡았다는 인상을 지우는 장치다. 이수만 프로듀서 그리고 SM은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조립했고, 성공으로 이어졌다.


두 팀을 한꺼번에 내놓은 이유

A2O LITE와 A2O SOUL은 같은 날 데뷔했다.

한 팀을 내놓고 반응을 보는 방식과 달리, 두 팀을 동시에 론칭하면 관심이 한곳에 모이고 비교가 만들어진다.

마치 서바이벌처럼 어느 팀이 먼저 반응을 얻는지, 두 팀의 콘셉트가 어떻게 다른지를 두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멤버 구성도 여러 나라 출신으로 꾸려 해외 시장을 처음부터 겨냥했다. 한국 시장에서 반응을 확인하고 해외로 가는 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둔 설계다. 동시 론칭과 다국적 구성은 모두 시작부터 큰 판을 그리겠다는 선택인 듯 하다.


마케터가 가져갈 점과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정리하면 세 가지다.

첫째,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갈 때 다르게 가면 눈에 띈다.

둘째,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는 알리는 비용을 줄인다.

셋째, 비교와 논쟁은 광고비 없이 퍼진다.

 

다만 차트 1위는 출발점일 뿐이다. 데뷔 직후의 관심은 이름값과 화제성이 만들지만, 몇 달 뒤의 성적은 곡과 활동이 결정한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데뷔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곡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향수로 불러 모은 관심이 곡의 힘으로 이어질 때 이 마케팅은 완성될 것이다.

앞으로 두 팀이 어떤 활동으로 이어 가는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