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 명품 아니면 초저가 시대에 대형마트가 균일가 매장을 여는 이유
요즘 장을 볼 때 가격표가 두 방향으로 갈라져 보인다.
한쪽에서는 500원짜리 과자와 1,000원도 안 되는 음료가 진열대 앞쪽을 차지하고, 다른 쪽에서는 백화점 명품 매장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런 흐름을 흔히 소비 양극화라고 부른다.
쓸 곳에는 아끼지 않고 쓰고, 아낄 곳에서는 철저히 아끼는 소비를 말한다.
나 역시 장을 볼 때 가격을 예전보다 꼼꼼히 보게 됐다.
1+1이나 2+1처럼 가격 대비 혜택이 큰 상품, 유통기한이 일주일 안으로 남아 값이 내려간 상품도 이제는 선택 기준이 됐다.
오늘은 이 소비 양극화가 유통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마케터는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대형마트와 다이소의 사례로 이야기해 본다.

한쪽에서는 500원 과자가, 다른 쪽에서는 명품이 팔린다
올해 봄, 한 대형마트는 과자 500원, 음료 780원, 우유 1리터 1,880원 같은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대규모 할인전을 열었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고, 우유는 나흘 동안 1만 병 넘게 팔렸다고 한다.
다이소처럼 5,000원 미만 상품만 모은 코너를 따로 연 곳도 있었다.
같은 시기 백화점에서는 반대의 장면이 나왔다. 올해 1분기 고가 주얼리를 비롯한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고환율과 고유가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늘었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점도 명품 매출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나는 이 두 장면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소비자의 두 얼굴이라고 본다.
같은 사람이 장바구니에서는 500원 과자를 고르고, 특별한 날에는 비싼 선물을 산다.
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지갑을 열기 때문에, 상품과 상황에 맞춰 메시지와 가격 전략을 나눠 짜야 한다.
대형마트가 다이소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초저가 수요가 커지자 대형마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마트는 5,000원 이하 균일가 상품만 파는 와우샵을 운영해 왔는데, 기존에는 매장 안의 숍인숍 형태였다.
10월 중순에는 독립형 대형 매장 2곳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주방용품과 욕실용품, 문구류 같은 생활용품이 중심이다.
롯데마트도 자체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균일가 특화존을 운영하며 균일가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는 전국 매장이 1,600여 개로 늘었고, 올해 매출이 5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 일부 매장에 다이소가 입점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형마트가 균일가 시장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대형마트가 더 이상 대량 구매의 장소만이 아니라, 생활 속 가성비를 책임지는 곳이 되려 한다고 느낀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
다만 대형마트의 자체 PB 상품이 다이소를 경쟁 상대로 느끼게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균일가라고 하면 다이소부터 떠올리는 인식이 이미 소비자에게 크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싸다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
초저가라고 해서 품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다이소몰에서는 저소음 블루투스 키보드가 SNS에서 가성비 품목으로 입소문이 나며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이마트의 5K PRICE는 스팀 다리미를 4,980원에 내놓았는데, 일반 브랜드보다 최대 70%까지 낮은 가격이라고 한다.
5K PRICE는 전체 230여 종이 2,000만 개 가까이 팔렸고,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구성이 호응을 얻었다.
와우샵 일부 점포는 매출 목표를 두 배 넘게 달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나는 이 기준이 초저가 시장을 키우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써 본 경험으로도 품목에 따라 만족도가 갈렸다. 수납 상품은 생각보다 좋았다. 반면 건전지로 돌아가는 제품군은 한 해를 넘기기 힘들었고 고장이 나기도 했다. 초저가라고 해서 모두 같은 품질은 아니라는 걸 체감한 셈이다.
마케터가 눈여겨볼 점도 여기에 있다. 초저가에서는 싸다는 이유만으로 입소문이 나지 않는다.
다이소몰의 키보드나 5K PRICE의 스팀 다리미처럼 써 보니 괜찮다는 경험을 만들어야 이 가격에 충분하다는 만족이 생기고,
그 만족이 입소문이 된다. 반대로 한 번 실망한 품목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낮추기 쉬워서 품목별 품질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주목할 점, 중간 가격대가 애매해진다
소비가 두 방향으로 갈라질수록 가운데에 서 있는 브랜드의 자리는 좁아진다.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대 상품은 이 가격을 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 주지 못하면 선택받기 어렵다.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는 더 싼 쪽으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는 더 프리미엄한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받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가격 때문인지, 경험이나 의미 때문인지 불분명한 중간 지대는 양쪽에서 밀려나기 쉽다.
물론 소비자가 항상 한쪽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는 쓰고 아낄 곳은 아끼는 선택이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같은 소비자라도 상품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한편 대형마트가 균일가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다이소 같은 전문 브랜드와의 차별화도 숙제로 남는다.
상품 기획력과 매장 경험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가격이 둘로 갈라지는 시대에 대형마트와 다이소, 백화점이 각자 어떤 자리를 지켜 나갈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