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소비

SPA 브랜드 협업 전략,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택한 이유와 주목할 점

마케터ISFP 2026. 10. 18. 21:18

지난주, 한 SPA 브랜드 매장에 갔다가 치이카와 캐릭터를 활용한 잠옷을 발견했다.

기본 옷이 주로 진열된 공간보다 치이카와 캐릭터가 활용된 옷 쪽에 고객들이 더 몰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브랜드가 왜 이런 협업을 꾸준히 내는지 궁금해졌다.

 

저렴하고 무난한 기본 옷이 강점이던 SPA 브랜드가 협업 컬렉션을 꾸준히 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SPA 브랜드 협업이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스파오와 에잇세컨즈, 탑텐 등의 브랜드 사례로 이야기해 본다.


SPA 브랜드 협업 전략,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택한 이유와 주목할 점
SPA 브랜드 협업 전략,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택한 이유와 주목할 점

기본 상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SPA 브랜드의 무기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본 상품 위주의 가격 경쟁만으로는 글로벌 초저가 플랫폼을 이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온다. 그래서 SPA 브랜드들은 싸다는 이유 말고도 이 옷을 입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고, 그 답으로 캐릭터와 구단, 도시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스파오는 캐릭터 IP 협업을, 에잇세컨즈는 프로야구 구단과 글로벌 인기 애니메이션 협업을, 탑텐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담은 컬렉션을 내놓는 식으로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매력 하나, 옷에 이야기가 생긴다

같은 티셔츠라도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스파오의 해리포터 협업은 2018년 출시 당시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짱구 파자마는 국내 패션업계의 캐릭터 파자마 열풍을 촉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팬에게 협업 상품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좋아하는 세계를 일상에서 입는 방법이다. 스파오가 캐릭터 IP를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은 그 캐릭터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를 다시 찾게 되고, 이런 매니아층의 사랑이 스파오 협업의 가장 큰 힘이다. 2025년 협업 IP로 소개된 은혼, 헌터X헌터, 귀멸의 칼날, 피크민은 팬층이 두터운 작품들이다.

 

에잇세컨즈도 마찬가지다. 2025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1차 상품은 대부분의 의류가 품절됐고, 그 반응을 이어 가을에 2차 컬렉션을 냈다고 한다. 2차에는 1차에 없던 호랑이 캐릭터 더피 디자인의 티셔츠와 니트, 파자마가 더해졌다. 팬의 사랑을 확인한 브랜드가 그 팬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깊게 파고든 셈이다.


매력 둘, 협업이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스파오는 2017년에 협업 전담 조직 콜라보셀을 만들었고, 지금은 1년에 약 40개 수준의 IP 협업 상품을 내놓는다.

25~35세 실무진이 자체 사업 권한을 갖고 움직이고, SNS 설문과 팬덤의 의견을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23년 무렵에는 출시 전에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의견을 묻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대규모 설문으로 큰 방향을 정하고,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른바 덕후 고객과의 인터뷰로 디테일을 다듬는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제는 주문부터 매장 입고까지 5일 안에 끝내는 생산과 물류 체계까지 갖췄다고 하니, 한두 번 화제를 만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매달 반복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에잇세컨즈는 경험까지 설계한다. 삼성 라이온즈 협업 때는 구단 팀스토어와 주요 매장 12곳, 온라인몰 SSF샵으로 판매 채널을 나누고 온라인 라이브 방송과 팬 응원 콘텐츠를 함께 운영했다. 케데헌 2차 때는 성수동에 작품 속 공간을 구현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옷을 파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옷을 입는 경험까지 만드는 것이다.


SPA 브랜드 협업 전략,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택한 이유와 주목할 점
SPA 브랜드 협업 전략, 가격 경쟁 대신 팬덤을 택한 이유와 주목할 점

매력 셋, 협업 상대가 점점 넓어진다

캐릭터에서 출발한 협업은 이제 구단과 도시로 넓어지고 있다.

스파오는 2026년 7월 울산 HD와 9종을 냈는데, K리그 구단이 플랫폼이 아니라 국내 SPA 브랜드와 1대 1로 협업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파자마는 이 구단의 첫 홈웨어 상품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에잇세컨즈는 2026년 8월 삼성 라이온즈와 20여 종의 컬렉션을 냈다. 윈드브레이커와 야구 점퍼 형태의 바시티 재킷, 티셔츠로 구성하고 일상복과 응원복을 섞는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팬이 경기장 밖에서도 팀을 입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탑텐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2026년 7월 서울 지하철 노선도와 역명을 디자인에 담은 서울 에디션 티셔츠를 내놓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흐름에 맞춰 서울의 일상을 보여 주려는 시도로, 외부 캐릭터 없이도 도시의 이야기로 상품에 의미를 입힌 사례다.


주목할 점, 효과와 한계를 같이 봐야 한다

협업은 화제를 만들고 새로운 고객을 매장으로 부르는 힘이 있다.

정식 라이선스 협업 상품이 늘면서 팬덤 소비층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됐고 점포별 객수와 구매단가가 올랐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전략이 단기 매출 상승 요인일 뿐이며, 장기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세계관과 제품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업이 많아질수록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은 옅어지고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업을 브랜드 자신의 이야기와 이어 주는 장치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에잇세컨즈는 브랜드 상징인 숫자 8을 구단의 8번 우승과 연결해 무한의 우승이라는 콘셉트를 만들었는데, 좋은 사례다.


마케터가 가져갈 점

정리하면 세 가지다.

첫째, 팬이 있는 소재를 고른다. 스파오의 캐릭터 매니아층이나 에잇세컨즈 케데헌 1차 품절처럼, 넓은 대중보다 특정 팬덤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때 협업은 줄을 세운다.

둘째, 협업은 상품이 아니라 시스템과 경험으로 설계한다. 전담 조직과 설문, 빠른 생산 체계, 판매 채널과 팝업이 함께 갖춰져야 반복할 수 있다.

셋째, 협업을 브랜드의 이야기와 연결한다. 숫자 8을 무한대로 풀어낸 에잇세컨즈나 서울 지하철을 담은 탑텐처럼, 브랜드가 가진 것과 이어질수록 화제가 오래 간다.


내 생각

나는 SPA 브랜드의 협업을 가격 대신 이야기를 파는 전략으로 본다.

협업 상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옷의 품질을 넘어 좋아하는 세계에 참여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스파오는 캐릭터마다 팬이 있다는 점을 잘 읽어서,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옷이 나에게 쓸모가 있는지를 한 번 더 따져 보면 협업의 매력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와 구단, 도시로 넓어지는 SPA 브랜드의 협업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