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불교코어 열풍, 25만 명이 모인 불교박람회가 보여 준 것

마케터ISFP 2026. 10. 17. 15:43

요즘 SNS에서 불교와 관련된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핑을 하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 번뇌를 가볍게 비튼 문구의 스티커, 사찰에서 열리는 야간 공연까지 예전의 불교 이미지와는 꽤 다른 모습이다.

 

올해 4월 서울에서 열린 불교박람회에는 나흘 동안 약 25만 명이 다녀갔고, 그 가운데 20~30대가 73%였다고 한다.

이 흐름을 불교코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신앙이 아니라 마케팅의 눈으로 이 현상이 왜 커졌는지 정리해 본다.


불교코어 열풍, 25만 명이 모인 불교박람회가 보여 준 것
불교코어 열풍, 25만 명이 모인 불교박람회가 보여 준 것

불교코어, 어떤 취향을 말하는 걸까

코어는 특정 분위기나 미감을 하나의 취향으로 묶어 부르는 말이다.

불교코어는 불교의 문구와 상징, 분위기를 일상 속 취향으로 즐기는 흐름을 가리킨다. 한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이 취향을 과잉 자극에 지친 Z세대의 역방향 취향으로 풀이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환경에서 조용하고 느린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소비가 반드시 신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박람회 관람객의 48%가 무종교였다는 사실은 종교를 떠나서 젊은 세대들이 불교를 더욱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숫자로 보는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올해 박람회는 4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 제14회 행사였다.

관람객은 약 25만 명으로 지난해 약 20만 명보다 늘어 역대 최대 규모였고, 435개 부스가 운영됐다. 슬로건은 불교가 놀이가 되고, 전통이 산업이 된다였다. 숫자 중에서 눈에 띄는 건 방문객 수보다 구성이다. 20~30대가 73%, 무종교 관람객이 48%였다.

주최 측도 방문객 수보다 절반 이상이 젊은 세대였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고 한다.

종교 행사가 신도를 넘어 새로운 고객층을 만난 셈이다.


부스 안에서 벌어진 일들

올해 주제는 공(空)을 풀어낸 공놀이였다.

관람객이 메시지가 담긴 공을 뽑고, 소망을 적어 다시 봉안하는 체험이 있었다. 스님과 문답을 나누는 부스, AI로 고민을 상담해 보는 AI 부처님 부스도 있었다. 첫날 밤에는 봉은사에서 반야심경에 힙합과 디제잉을 더한 공연이 열려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컸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설명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해 보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대신 경험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굿즈로 번역된 불교

박람회에서 인기를 끈 건 불교 교리를 담은 키링, 의류, 생활 소품이었다.

유머와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한다. 지난해 박람회 이후에도 서핑하는 부처님 티셔츠, 극락도 락이다 같은 문구의 티셔츠, 번뇌를 가볍게 비튼 문구의 스티커가 화제가 됐다. 관련 업체 한 곳은 박람회 뒤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서 마케팅 포인트는 번역이다.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던 내용을 입고 들고 다니는 물건의 언어로 옮기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상품이 곧 대화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왜 지금 젊은 세대일까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디지털 피로다. 짧은 영상과 잦은 알림에 지친 사람에게 조용함과 자기 성찰은 귀한 가치가 됐다.

둘째는 쉼의 공백이다. 일상에서 잠깐 멈출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해지면서 명상, 사찰음식, 템플스테이가 웰니스와 여행 상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는 소비 방식의 변화다. 종교가 믿음의 대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읽히기 시작했다.

한 참가자가 종교는 딱히 없지만 불교의 메시지들이 편하고 힙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이 분위기를 잘 전해 준다.


우리는 불교코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진입 장벽을 낮추면 새로운 고객이 온다. 어렵다는 인상을 유머와 디자인으로 풀어낸 점이 핵심이다.

둘째, 설명보다 경험이 강하다. 공 뽑기나 AI 상담처럼 해 보게 만든 장치가 후기와 사진을 만들어 냈다.

셋째, 타깃을 다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신도가 아닌 사람을 주요 고객으로 본 것이 성장의 열쇠였다.

넷째, 공존이 가능하다. 신앙 중심의 중장년층과 콘텐츠 중심의 젊은 층이 한 공간에 있었는데도 충돌 없이 어우러졌다고 한다. 서로 다른 고객을 한 곳에서 만족시키는 방식은 다른 브랜드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코어 열풍, 25만 명이 모인 불교박람회가 보여 준 것
불교코어 열풍, 25만 명이 모인 불교박람회가 보여 준 것

지켜봐야 할 점도 있다

유행으로 소비되는 만큼 오래 가려면 존중의 선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앙의 상징을 가볍게만 쓰면 반감을 살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진지하면 젊은 층이 멀어질 수 있다. 또 코어라는 이름이 붙은 취향은 빠르게 바뀌는 경향이 있어서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정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연등회의 경우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의 참여가 늘고 있어서 한국의 대표 문 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신호로 다가오기도 한다.


전통이 콘텐츠로 읽히는 시대

나는 이 현상이 종교의 인기라기보다 전통이 콘텐츠로 다시 읽히기 시작한 사례라고 본다.

불교가 한국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라는 이야기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디까지가 유행이고 어디부터가 정착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즐거운 입구로 불교를 만난 젊은 세대가 존중과 깊이로 이어지는 경험까지 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