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과 함께 늘어난 마라톤 대회, 나에게 맞는 대회 고르는 법
주말마다 SNS에 완주 인증 사진이 올라온다.
러닝이라는 단어를 한번만 검색해도 나의 모든 알고리즘은 러닝 인증, 숏폼들로 가득해진다.
야외도 마찬가지다. 공원에는 러닝화를 신은 사람이 늘었고, 신청 시작 몇 분 만에 마감되는 대회도 흔하다.
달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대회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만큼 어떤 대회를 고를지도 중요해졌다.
이번 글에서는 러닝 대회가 늘어난 이유를 짚어 보고, 즐겁게 오래 달릴 수 있는 대회를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보자.

4년 만에 19개에서 254개로
숫자부터 보면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19건, 참가자는 9천 명 남짓이었다. 2024년에는 대회가 254건, 참가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대회 수는 13배, 참가자는 1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러닝이 하나의 취미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숫자다.
대회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
나는 대회 증가의 배경을 세 가지로 본다.
첫째, 대회는 지자체에 좋은 홍보 수단이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도시를 알리는 효과가 있고, 참가자가 쓰는 숙박비와 식비는 지역 상권에 보탬이 된다.
둘째, 참가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참가비, 기념품, 러닝화와 의류 구입으로 이어지니 후원 브랜드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셋째, 인증 문화가 있다. 완주 메달과 기록 사진은 SNS에서 곧 자랑거리가 되고, 이 인증 욕구가 대회 참가를 이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고, 대회가 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코스의 풍경, 운영 방식, 참가 인원이 대회마다 다르다는 점이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참가자가 많아지며 달라진 풍경
대회가 커지면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올해 봄 포항의 한 대회에서는 1만 명 가까운 참가자가 출발 직후 좁은 구간을 지나면서 잠시 멈춰 서야 했고, 급수대 보충과 화장실 대기 시간이 길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대회가 열리는 동네의 모습도 달라진다.
도로가 통제되는 시간 동안 주민과 상인에게는 불편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요즘은 대회가 지역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나는 대회가 오래 사랑받으려면 달리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대회 문화도 함께 성숙해 가는 중이다
대회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안전 기준을 정비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참가 인원에 맞는 안전 계획과 의료 지원, 코스 운영을 더 꼼꼼하게 갖춰 가는 대회도 늘었다.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는 최근 영상에서 기록과 순위에 대한 집착보다 즐기는 러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면 속도를 줄이거나 거리를 줄이는 것도 실력이라고 했고,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이 대회를 만드는 쪽과 뛰는 쪽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맞는 대회를 고르는 기준
그렇다면 어떤 대회를 고르면 좋을까.
먼저 참가 인원에 비해 코스 폭이 충분한지 살펴본다. 의료 지원과 구급차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급수 지점이 몇 km마다 있는지도 확인하면 좋다. 거리별 코스가 구분되어 있는지, 지난 대회 후기에서 운영에 대한 평가가 어땠는지도 참고할 만하다.
소비자가 이런 기준으로 대회를 고르면 시장도 소비자의 평가에 의해 더 나은 대회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대회 전날에는 충분히 자고, 내가 훈련해 온 거리에 맞는 종목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완주 메달도 좋지만 즐겁게 달리고 건강하게 돌아오는 경험이 더 오래 남는다. 러닝 열풍이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대회의 수만큼 대회를 즐기는 방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달리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달리는 문화도 한 단계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