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니까

마케터ISFP 2026. 10. 5. 20:09

요즘 인터넷을 보다 보면 처음 보는 단어가 정말 많습니다.

분명 한국어로 적혀 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검색창을 다시 열어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제까지 잘 모르던 표현이 오늘은 밈이 되어 있고, 며칠 지나면 또 새로운 단어가 등장합니다.

 

마케팅 일을 11년 정도 하다 보니 새로운 표현이나 유행을 아예 모르고 지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SNS가 나오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보이면 왜 유행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도 저 역시 모든 유행을 다 알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가끔 회사에서 누군가 새로운 밈을 이야기하면 저만 멀뚱히 있다가 묻게 됩니다.

“그게 뭐예요?”

예전에는 이런 순간이 조금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웃깁니다.

아, 나도 이제 슬슬 늙크크인가 보다.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니까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니까

나도 모르는 게 이렇게 많았나

‘늙크크’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단어를 보면 일단 검색부터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영크크’라는 표현과 함께 쓰인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단어의 정확한 정의보다도 이런 표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세대의 취향이나 유행을 이야기할 때도 그냥 “요즘 젊은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를 또 하나의 놀이처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나 이거 모르는데?”

“나 완전 늙크크네.”

이렇게 말하면서요.

저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재미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최신 유행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말일 수 있고,

그 차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11년 차 마케터라고 트렌드를 다 아는 건 아니니까

마케터라고 하면 왠지 트렌드에 가장 빠를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SNS도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 요즘 유행하는 밈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신입 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케터라면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되지.’

그런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모든 트렌드를 아는 것과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밈을 하나 모른다고 해서 마케팅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유행하는 콘텐츠를 모두 소비한다고 해서 좋은 마케터가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궁금해하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저도 새로운 표현을 보면 검색합니다.

사람들이 왜 이 말을 쓰는지 찾아보고, 어떤 상황에서 재미있어하는지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왜 인기 있는 거지?’ 저에게는 그 질문이 꽤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유행을 보면 따라가려고 했다

마케팅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트렌드를 보는 방법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나 새로운 유행을 보면 이런 생각부터 했습니다.

‘이거 우리도 해보면 재미있겠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우리 브랜드와 맞는지를 생각합니다.

 

우리 고객도 이걸 재미있어할까.

우리 브랜드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그냥 유행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걸 왜 해야 하지?”

이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요즘 유행하는 것이라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오늘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것이 다음 달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가 트렌드를 쫓는 이유는 유행을 가장 빨리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지금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재미있는 건 트렌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좋은 질문을 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모두가 어떤 밈을 재미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묻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재미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다시 설명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는 이런 질문이 꽤 중요합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회사 안에서는 재미있는데 실제 고객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그 문화와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모른다’는 것이 꼭 단점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의 시선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모든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니 오히려 피곤했다

SNS를 보다 보면 새로운 것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새로운 밈이 생기고, 새로운 표현이 생기고,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합니다.

하나를 겨우 이해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이 등장합니다.

마케터라면 이런 흐름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지만, 모든 것을 따라가려고 하면 솔직히 조금 피곤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것도 알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내려놓았습니다.

모든 것을 직접 사용해볼 필요는 없고, 모든 밈을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새로운 것이 나타났을 때 “왜 사람들이 이것에 반응하지?” 정도는 궁금해하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를 소비하는 사람과 트렌드를 관찰하는 사람은 조금 다르니까요.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도 어쩌면 후자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니까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트렌드는 따라가야 하니까

늙크크가 된다는 건 나이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늙크크’라는 말을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최신 유행에서 조금 멀어지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꼭 나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대라도 새로운 것을 귀찮아하면 금방 ‘늙은 감각’이 될 수 있고, 나이가 있어도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계속 찾아보는 사람은 충분히 트렌디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익숙한 것을 더 편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보면서도 예전에 좋아했던 광고가 다시 보이면 반갑고, 최신 유행을 살펴보면서도 오래된 브랜드를 보면 괜히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요.

완전히 영크크인 사람도 없고, 완전히 늙크크인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트렌드는 계속 따라가야 하니까

그렇다고 제가 이제 트렌드를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이상 계속 새로운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은 조금 내려놓았습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찾아보면 되고,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면 됩니다.

 

새로운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요즘 애들은 왜 이런 말을 쓰지?’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표현을 만들어낼 정도로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이유가 뭘까?’

라고 생각하는 편이 저에게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결국 마케팅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뿐만 아니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어쩌면 11년 동안 마케팅 일을 하면서 제가 배운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늙크크인가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제는 인정하려고 합니다.

예전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최신 유행보다 익숙한 것이 더 편합니다.

누군가 새로운 밈을 이야기하면 검색부터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모르는 것을 굳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르면 찾아보면 됩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해하고 나서 꼭 따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게 저에게는 지금의 ‘늙크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모든 트렌드를 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궁금해서 한 번은 들여다보는 사람.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나 새로운 것만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익숙한 것만 고집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영크크들과 같이 웃고, 모르는 건 물어보고, 때로는 늙크크인 나를 인정하면서 그렇게 적당히 섞여 살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늙크크’가 된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마케터니까 트렌드는 계속 따라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보면서 오늘도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건 또 왜 유행하는 거지?”

아마 그 질문을 계속할 수 있다면, 아직은 완전히 늙크크가 된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