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일상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로 바라본 디지털 마케터의 성향

마케터ISFP 2026. 9. 18. 23:50

디지털 마케터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아이디어가 많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마케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마케터라면 어느 정도 외향적인 성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에서 말을 잘해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마케팅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함께 일했던 마케터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회의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회의에서는 조용했지만 나중에 자료를 정리해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를 재미로 참고해보는 것도 좋지만, 실제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성격 유형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저 역시 ESFP라는 MBTI를 가지고 있지만, 일을 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정 MBTI가 마케팅에 잘 맞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마케팅 일을 하면서 느낀 마케터의 성향과 업무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로 바라본 디지털 마케터의 성향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로 바라본 디지털 마케터의 성향

마케터는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팅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이미지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소개하고 설득해야 하니 당연히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실제로 마케팅 업무를 해보니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혼자 완성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하나 만들더라도 디자이너와 소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웹페이지를 수정하려면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현재 상황을 물어볼 때도 있고, 영업팀에서 고객 반응을 전달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듣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잘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일을 하면서부터는 상대방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려고 하게 됐습니다.

 

디자이너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개발자가 수정하기 어렵다고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영업팀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고객의 불편함은 무엇인지 들어봐야 다음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케터에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말을 잘하는 능력’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듣고,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사람도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마케팅을 하다 보면 혼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광고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콘텐츠를 작성할 때는 다른 사람과 계속 이야기하는 것보다 혼자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합니다.

캠페인 결과를 확인하면서 ‘왜 이 콘텐츠는 반응이 좋았을까?’를 생각하거나, 예상보다 성과가 좋지 않은 광고를 보면서 원인을 찾는 것도 마케팅 업무의 일부입니다.

이런 과정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인지 아닌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작은 변화를 눈치채는 사람이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클릭률이 조금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하거나, 사람들이 특정 문구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알아차리거나, 고객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불편함을 기억해두는 식입니다.

마케팅은 결국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람을 좋아해야 마케팅을 잘한다’는 말에도 조금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도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가 많아야 좋은 마케터일까요?

이것도 마케팅을 처음 생각할 때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라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할 것 같잖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뭔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를 하다 보니 아이디어의 개수보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한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됩니다.

 

길을 걷다가 본 광고의 문구가 눈에 들어올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어떤 제품 앞에 오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질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특정 표현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을 보고 ‘왜 그렇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저는 마케팅 일을 하면서 이런 습관이 조금 생겼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고나 브랜드의 행동을 보면서도 한 번쯤 이유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 이 문구를 사용했을까?’

‘왜 이 제품을 이런 방식으로 보여줄까?’

‘사람들은 왜 이 부분에 반응할까?’

마케터에게 이런 질문은 꽤 좋은 업무 습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좋아하지 않아도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숫자와 데이터를 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마케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콘텐츠나 광고를 만드는 것에 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데이터를 완전히 피해서 마케팅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광고를 진행했다면 결과를 확인해야 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숫자 뒤에 있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광고의 클릭 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숫자만 보고 ‘성과가 좋았다’고 끝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어떤 문구 때문에 클릭했을까?

이미지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다른 광고보다 타깃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숫자를 다시 질문으로 바꿔보는 것이 마케팅에서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데이터에 익숙한 사람만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숫자가 어렵더라도 결과를 보고 이유를 궁금해하는 습관을 들이면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MBTI가 마케팅 직무를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MBTI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래서 어떤 유형이 마케팅에 제일 잘 맞나요?’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를 해본 입장에서는 특정 유형을 하나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마케팅 안에서도 하는 일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과 광고를 운영하는 사람의 하루가 같지 않고, 브랜드를 담당하는 사람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의 업무 방식도 다릅니다.

같은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직무 안에서도 필요한 능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생각해내는 데 강점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실행하는 데 강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데 강하고, 다른 누군가는 데이터를 보면서 문제를 찾는 데 익숙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다양한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만 있어도 일이 완성되지 않고, 분석하는 사람만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누군가는 현실적으로 실행할 방법을 찾고, 또 다른 사람은 결과를 확인하면서 다음 방향을 이야기합니다.

마케팅은 결국 이런 과정이 연결되어야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로 바라본 디지털 마케터의 성향
마케터는 정말 외향적이어야 할까? MBTI로 바라본 디지털 마케터의 성향

11년 동안 마케팅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는 ‘마케터다운 성격’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외향적이어야 하고, 아이디어가 많아야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일을 오래 할수록 그런 기준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었고,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자료를 꼼꼼하게 정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분위기를 이끄는 데 강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외향적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성향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가까웠습니다.

저 역시 ESFP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순간에 외향적으로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혼자 자료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습니다.

 

결국 MBTI 하나만으로 저를 설명하기도 어렵고, 다른 마케터를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MBTI를 직업을 결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나를 이해하는 가벼운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케팅 일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궁금해하는 습관입니다.

왜 이 광고가 눈에 들어오는지, 왜 어떤 제품은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하는지, 왜 비슷한 상품인데 어떤 브랜드는 기억에 남는지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바로 나오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소비자를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광고를 볼 때도 단순히 ‘예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눈에 들어왔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제품을 봤을 때도 ‘누가 왜 이 제품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습관이 특정 MBTI보다 마케팅 업무와 더 가까운 성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말을 잘할 필요도 없고,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습니다.

조용히 관찰하는 사람도 마케팅을 할 수 있고,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각자의 방식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그 성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닐까요?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디지털 마케터는 어떤 MBTI가 잘 맞아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정해진 MBTI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평소에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을 꽤 재미있어할 수도 있어요.”

저도 일을 하다 보면 여전히 사소한 것에 궁금증이 생깁니다.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광고를 한 번 더 보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도 마케터가 일을 오래 하면서 생기는 작은 직업병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정도의 궁금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에게 꼭 정해진 성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