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일상

일과 삶 사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마케터ISFP 2026. 10. 3. 21:14

언제 한번 지인이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워라밸을 잘 지키면서 일하고 계세요?”

예전의 나라면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디지털 마케터로 일한 지 어느덧 11년.
돌이켜보면 나에게 워라밸이라는 말은 꽤 늦게 찾아온 것 같다.

 

신입 때부터 야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한동안은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새벽에 퇴근하면서 회사 정문이 아니라 지하문으로 나왔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다들 그렇게 일했고, 나도 그렇게 일하는 게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과 삶 사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일과 삶 사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신입 때는 오래 일하는 게 열심히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하는 것보다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집에 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근할 때 회사 노트북을 챙겨가는 날도 많았다.

회사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찝찝하면 집에 와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일을 이어서 했다.


퇴근은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책임감이 강했던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일을 제대로 내려놓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맡은 일을 책임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일을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일을 많이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달랐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업무를 생각하고, 퇴근 후에도 회사 일을 챙기고 있으면 적어도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오래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사람은 계속 긴장한 상태로 일할 수 없고, 계속해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할 수도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끌어안고 있으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여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마케터라는 일은 혼자서 끝내는 일이 많지 않다.

 

기획을 하고, 디자인이나 개발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부서와 일정을 맞추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결국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일을 잘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나는 일을 잘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1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나의 단점 중 하나는 일을 혼자 끌어안는 편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다 보니 “이 정도는 내가 하지 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작은 일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내 일이 되어 있기도 했다.

결국 내가 맡은 일은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나 혼자 지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워라밸이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회사에서 일을 많이 시켜서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일을 놓지 못했던 순간도 많았으니까.

 

이제는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내려놓는 중이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 직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역할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업무를 적절하게 나누고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 쉽지는 않다.

워낙 실무를 직접 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그냥 내가 하는 게 빠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계속 모든 일을 직접 한다면 결국 팀으로 일하는 의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있다.

“이것까지 내가 다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그냥 내가 했을 일도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내일 해도 되는 일인지....

아직 완벽하게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모든 일을 내 책임으로 가져오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과 삶 사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일과 삶 사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주말에 꼭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워라밸을 생각하면서 또 하나 달라진 건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다.

예전에는 주말에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있었다.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자기계발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주말까지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았다.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한다.

최근에는 러닝을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러닝도 결국 무언가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서 하는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간이다.

 

일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내 몸의 상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꽤 좋은 휴식이었다.

사진 2장 중 러닝이나 주말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사진은 이 부분에 배치하면 자연스럽다.

 

워라밸은 꼭 50 대 50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워라밸이라고 하면 일을 적당히 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바쁜 시기가 있고, 프로젝트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때도 있다.

반대로 조금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시기도 있다.

 

그래서 일과 삶을 매일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건 한쪽이 계속해서 다른 한쪽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일이 바쁘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회사가 되어버리지 않는 것.

반대로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맡은 일을 대충 하지 않는 것.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의 숫자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워라밸은 ‘내려놓는 것’에 가깝다

11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은 많이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일을 덜 끌어안는 방법도 배우고 싶다.

 

내가 모든 일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가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까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늘 끝내지 않아도 되는 일은 내일 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퇴근한 뒤에는 회사원이 아닌 그냥 나로 돌아와도 된다는 것.

 

어쩌면 예전의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지금의 나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하는 것만큼이나 적당히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11년 차 직장인이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

예전의 나에게 워라밸을 물었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칼퇴하고 주말에는 회사 생각을 안 하는 것.”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워라밸은 일할 때는 내 일에 집중하고, 일이 끝난 뒤에는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오는 것에 더 가깝다.

 

가끔은 늦게까지 일할 수도 있고, 바쁜 시기에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살피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을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일을 잘하기 위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쉬는 것.

11년 동안 일하면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나도 나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나도 나라는 것을.

그래서 요즘의 나에게 워라밸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조금 덜 끌어안고, 조금 더 내려놓으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

아마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워라밸은 그 정도인 것 같다.